AI가 만드는 속도를 따라가려면, 책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요즘 일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짧아졌다는 걸 느낀다. 머릿속에 있는 장면을 이미지로 꺼내 보고, 움직임을 붙여 영상으로 만들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다시 고친다. 예전에는 시도하기 전에 망설였을 일도 일단 만들어 보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정해야 할 것들이 더 또렷해진다.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 것인가. 누구에게 말할 것인가. 그 사람이 무엇을 느끼거나 이해하기를 바라는가.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이 없으면 결과물을 여러 개 만들어 놓고도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해진다. 보기 좋은 것은 많은데, 내가 하려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부터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만드는 속도만큼 판단하는 힘도 필요하다
앞으로의 작업은 이런 순환을 더 자주 반복하게 될 것 같다. 사람이 의도와 방향을 정하고, AI와 함께 만들고, 나온 결과를 사람이 확인한다. 어긋난 부분을 짚어 다시 만들고, 처음의 의도와 비교한다.
여기서 확인한다는 건 단순히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일보다 넓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말하려던 내용이 전달되는지, 표현이 내용을 과장하지는 않았는지, 사실과 다른 부분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만들다가 더 좋은 방향을 발견했다면 처음의 계획을 바꿀 이유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보낼 영상을 만든다고 해 보자. 화면은 근사한 서재이고 문구는 '매일 한 권'이다. 완성도는 높아 보여도, 오늘 다섯 쪽 읽는 것부터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수정할 것은 화면의 색감보다 우리가 건네는 제안이다.
이런 판단을 할 수 있어야 다음 요청도 구체적이 된다. '뭔가 별로야'에서 멈추지 않고, '이 사람에게는 목표가 너무 크게 느껴지니 시작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 주자'고 말할 수 있다.
AI가 결과를 빨리 내놓아도 내가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모르면 작업은 그 자리에서 멈춘다. 제작의 속도를 내 일의 속도로 가져오려면, 결과를 읽고 판단하는 힘이 필요하다.
빠르게 판단한다는 것은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 무엇이든 보자마자 결정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빨리 확인해도 되는 부분과 근거를 더 찾아봐야 하는 부분을 구별하는 것도 판단이다.
내가 이해한 것은 어디까지인지, 지금 좋다고 느끼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지, 무엇을 몰라서 결정을 미루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할지, 자료를 더 찾아볼지, 누군가에게 물어볼지 정할 수 있다.

요즘은 이런 능력을 의식적으로 길러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도구를 쓰는 법을 익히는 시간과 함께, 도구가 내놓은 것을 살펴보는 연습도 필요하다.
그 연습을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 나는 긴 글을 읽고 내 말로 요약해 보는 일부터 떠올리게 된다.
요약을 읽는 것과 직접 요약하는 것
짧은 영상이나 요약된 글은 새로운 내용을 접하기에 편하다. 관심 있는 주제를 찾거나 전체 윤곽을 빠르게 살피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만 누군가 잘 정리해 놓은 설명을 따라가며 고개를 끄덕일 때, 내가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설명이 눈앞에 있을 때는 분명 알 것 같았는데, 화면을 닫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려고 하면 말이 잘 이어지지 않는 경우다.
이미 골라 놓은 핵심을 읽는 동안에는 내가 직접 핵심을 고를 기회가 적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 낼지, 어떤 근거가 결론을 뒷받침하는지 판단하는 과정을 설명한 사람이 대신 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긴 글을 끝까지 읽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의 주장을 기억하면서 뒤의 근거를 따라가고, 예외가 나오면 처음 이해한 내용을 고쳐 보는 것이다. 읽는 동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기면 어디에서 생각이 갈렸는지도 짚어 본다.
그리고 글을 덮고 몇 문장으로 적어 본다. 이 글은 무엇을 말했는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나는 어디까지 동의하는지.
막히는 지점이 있으면 다시 펼쳐 보면 된다. 중요한 근거를 놓쳤는지, 글쓴이의 주장에 내 생각을 섞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다. 내가 이해했다고 생각한 것과 실제로 설명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는 연습이다.
독서가 모든 판단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이미지와 영상을 살피는 눈도 실제로 만들고 반응을 확인하면서 익혀야 한다. 다만 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근거를 살피고, 내 이해를 점검하는 과정은 AI와 함께 일할 때에도 반복해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관점은 읽은 것에 답하면서 생긴다
관점도 처음부터 완성된 문장으로 갖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생각을 읽다가 내 경험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을 발견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웃한다. 왜 동의하는지, 왜 망설여지는지 적어 보는 동안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조금씩 드러난다.
같은 글을 읽어도 사람마다 남기는 문장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내가 겪은 일과 지금 붙잡고 있는 질문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기 생각을 붙여 본 경험이 쌓이면, 작업을 시작할 때도 할 말이 조금 더 분명해지지 않을까.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왜 지금 그 이야기가 필요한지 스스로 설명하기가 쉬워질 것 같다.
읽는 일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의 의도를 세우는 데에도, 작업이 끝난 뒤 결과를 살피는 데에도 이어진다.
그래서 책 읽는 시간을 습관으로 만들자
여기까지 생각하면 결국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로 돌아온다. 책을 읽을 시간을 조금 정해 두고, 읽은 뒤에는 내 생각을 짧게 남겨 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한 달에 몇 권을 읽겠다고 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 전 10분, 책 몇 쪽을 읽고 세 문장을 적는 정도면 시작할 수 있다. 오늘 읽은 내용 한 문장, 그 내용을 뒷받침한 이유 한 문장, 내 생각이나 남은 질문 한 문장.
AI에게 요약을 부탁하더라도 먼저 내 문장을 써 본 뒤 비교하면 좋겠다. 내가 빠뜨린 것을 찾고, AI의 요약이 원문의 뜻을 제대로 담았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으니까.

이 작은 시간을 생활 안에 남겨 두는 데 내가 만든 루티(Routi) 를 써볼 수 있다. 루티는 할 일과 반복 루틴을 정하고, 원하는 시간에 알림을 받으며 실천한 일을 체크할 수 있는 앱이다. 기능은 루티 소개 영상에서도 볼 수 있다.
오늘은 루티에 '자기 전 책 10분 읽고 세 문장 적기'를 하나 등록해 보자. 하루를 놓쳤다면 다음 날 다시 책을 펼치면 된다. 체크 하나를 남길 때마다, 무엇을 읽었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도 잠깐 돌아보면 좋겠다.
AI와 함께 더 잘 일하기 위해, 내가 이해하고 판단하는 시간을 매일 조금씩 확보하는 것. 그 시작으로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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